내 책장 40

부활

P15수십만의 사람들이 좁은 땅덩어리에 모여 자기들이 발 딛고 북적거리던 땅을 망가뜨리려 갖은 애를 써도, 아무것도 자라지 못하게 돌로 땅을 메우고 풀들의 싹을 깨끗이 없애고 석탄과 석유로 연기를 뿜어내고 나무를 베고 동물과 새를 전부 몰아내도, 도시의 봄 역시 봄이 었다. P110그리고 이 모든 무시무시한 변화가 그에게 일어난 것은 단지 그가 더 이상 자신을 믿지 않고 타인을 믿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가 자신을 더 이상 믿지 않고 타인을 믿게 된 것은 자신을 믿으면서 살기가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믿는 다는 것은 가벼운 즐거움을 추구하는 동물적인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거의 언제나 그것에 거스르며 온갖 물음을 해결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타인을 믿는 다은 것은 아무것도 결정할 필요가 없으며 이미..

내 책장 2024.10.28

각각의 계절

사슴벌레식 문답법>P16 하지만 부영의 말대로 응석받이였던 나는 살아남았고 부영이 그토록 지키려 했던 정원은 어떤 응석도 없이 갔다. 그리고 정원이 떠난 지 이십 년 되는 날 밤 오래전의 내 못된 술버릇이 모조리 도졌다.P29 우리는 어제부터든 이렇게 됐어. 이유가 뭐든 과정이 어떻든 시기가 언제든 우리는 이렇게 됐어. 삼 십 년 동안 갖은 수를 써서 이렇게 되었어. 뭐 어쩔 건데? 이미 이렇게 되었는데.P39 내가 어쩌다든 이 지경이 되었다고, 아니 애초부터 이 지경이었다고, 삼십 년이 넘고 사십 년이 되어도 나는 여전히 비틀린 내시와 상궁의 마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나는 진즉에 내가 그런 인간인 줄 다 알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언제까지 질질 끌래, 부영이 묻고 나는 대답하지 않는다. 직시하지 않는..

내 책장 2024.07.22

미세좌절의 시대

P29 비 오는 날 배달 음식- 배달이라는 서비스에 값을 치렀고 그 가격에 배달 기사가 합의했다면 그걸로 충분한 걸까? 비가 오건 그렇지 않건 배달 기사의 안전 운행은 오로지 그 자신이 신경써야 할 몫일까? 그게 아니라면, 그러니까 배달 기사가 빗길을 달려와야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또 음식을 주문했다면, 그의 안전에 대해 우리도 약간은 책임을 져야 하는 걸까?이쯤에서 어떤 태도가, 어떤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적당히 타협할 수도 있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최소한 더 나은 인간이 될 수 있다고. 그게 제일 무난한 마무리인 것 같은데, 그런 주장도 나는 가끔 영 비겁하게 느껴지는 거다. 결국 한 일은 아무것도 없이 '나는 이런 고민을 하지 않는 다른 사람들보다 낫다'는 자기만족만 얻는 것 아닐까? P41 전화..

내 책장 2024.05.17

단 한 사람

P57 신금화가 어딘가에 존재한다고 굳게 믿었다. 이것은 그 믿음에 관한 이야기다 P101 목화의 유년기에는 이미 금화의 실종이라는 충격이 있었다. 그것은 목화의 인생에 옹이를 남겼다. 중개를 시작하고 사람들의 죽음을 지켜보면서 옹이는 거듭 늘었다. 자잘한 상처를 계속 받아서 서서히 약해지는 것 같았다. 짓무르고 썩어 줄기가 텅 비어가는 것만 같았다. 언젠가는 얕은 바람에도 꺾이고 쓰러질 것만 같았다. 금화를 데려간 나무처럼. 목수의 목숨을 뺏으려고 했던 그 나무처럼. P103 기온과 습도에 따라 눈의 결정은 결정된다. 똑같은 결정은 없다. 각각 다른 눈송이는 결국 녹아 사라진다. 무미건조한 사실에 불과한데도 생각할수록 감정이 섞였다. 왜 모두 다를까. 다른 삶을 살다가 결국 죽을까. 생명은 어째서 태어..

내 책장 2024.02.20

작별하지 않는다.

P44 특별한 미인이 아니지만 이상하게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녀가 그랬다. 총기 있는 눈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보다는 성격 때문일 거라고 나는 생각해왔다. 어떤 말도 허투루 뱉지 않는, 잠시라도 무기력과 혼란에 빠져 삶을 낭비하지 않을 것 같은 태도 때문일 거라고. 인선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혼동과 희미한 것, 불분명한 것들의 영역이 줄어드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다. 우리의 모든 행위들은 목적을 가진다고, 애써 노력하는 모든 일들이 낱낱이 실패한다 해도 의미만은 남을 거라고 믿게 하는 침착한 힘이 그녀의 말씨와 몸짓에 배어있었다. 피투성이 손에 헐렁한 환자복을 걸치고 팔뚝에 주렁주렁 주삿줄을 매달고 있는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약하거나 무너진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

내 책장 2024.01.29

상실의 시대

너무나 유명한 책이지만 하루키의 소설은 손을 대는 것이 쉽지 않다. 도서관에서 상실의 시대를 발견했고, 한 번은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빌려왔다. P179 그와 함께 있으면 비로소 내 인생이 되돌아온 느낌이 들었지. 둘이 함께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싫은 일도 다 잊을 수 있었ㄷ. 피아니스트는 못 되었어도, 정신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다 해도 그것으로 인생이 끝나는 게 아니다, 인생에는 내가 모르는 좋은 일이 아직도 가득 채워져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그런 생각을 들게 해준 것만으로도 나는 마음속으로부터 그에게 감사했어.

내 책장 2023.12.13

나는, 휴먼

P20 그러나 나는 사실 내가 어떤 사람이 될 거라고 단정하는 남들의 말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을 뿐이다. 그리고 나에게는 그 말들을 기꺼이 뒤엎을 의지가 있었다. P26 그리고 나비였던 나는 애벌레가 되었다. P63 그 남자가 대답하기를 기다리는 동안 가슴이 두근거렸다. 제발, 제발, 제발 경사로가 있게 해주세요. 이렇게 많은 인파 앞에서 무대로 들려 올라가고 싶지 않아요 P88 하지만 이때는 처음으로 나의 권리를 위해 스스로 일어나 무언가를 해야겠다고 결심한 순간이기도 했다. … 장애를 가진 교사가 수천 명 있다면 실력 없는 교사 한 명이 눈에 띌 일은 없다. 그러나 내가 장애를 가진 유일한 교사로서 실패한다면 사람들은 장애인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갖게 될까? 생각만으로도 속이 울렁거렸다. P124 신..

내 책장 2023.11.22

인플레이션에서 살아남기

P185 미국 대형주에 장기 투자하는 주식 전업 투자자가 되겠다고요. 실제로 홍길동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더 큰 문제 입니다…부동산 가격이 부쩍 오르고, 연금 계좌에 넣어둔 주식의 가격이 크게 상승해서 볼 때마다 흐뭇하다면 굳이 낮은 임금을 받으면서 직장 생활을 하고 싶을까요?…노동력 부족 현상은 더욱더 심화되겠죠. 사람 구하기가 어려워지는 만큼 임금은 빠른 속도로 상승할 겁니다. 그러나 임금 상승률이 높더라도 자산 가격의 상승률이 훨씬 더 빠르고 크다면 사람들은 좀처럼 일자리로 복귀하지 않으려 하겠죠. -> 약간 다른 이야기지만 한창 부동산 가격이 오를 때 내 유튜브 피드에 부동산으로 돈을 벌어서 경제적 자유를 얻었다는 영상이 한참 뜬 적이 있다. 또 돈을 모으려면 미국 대형주를 적금..

내 책장 2023.09.20

당신은 생각보다 강하다

[1장]스스로를 괴롭히는 생각의 꼬리를 끊는 법 - 자신에게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 타인의 관점으로 세상을 보는 눈이 없다. 자신에게만 몰입이 되어 있으면 나와 타인과 세상을 같은 선상에서 동일한 비중으로 놓고 바라보지 못해서 세상을 바라보는 분별력이 떨어지게 된다. 과도한 자기 몰입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지금, 여기에 집중해야 한다. 나의 주의를 잡아채는 불행한 과거와 미래에 대한 걱정을 의도적으로 현재로 가지고 와야 한다. - 인간은 생각, 마음, 행동이 일치할 때 마음이 편하다. 생각과 마음을 수정하려고만 애쓰는 사람은 행복해질 수 없다. 필요한 건 적극적으로 상황을 해결하는 것이다. 내 인생을 주도하려면 용감해져야 한다. 행동하고 나아가야만 현실이 바뀌고, 미래가 바뀐다. - 트라우마가 주는 '..

내 책장 2023.07.21

일주일-일요일

구의 증명을 읽고 최진영 작가의 다른 글들을 읽어보고 있다. 그 첫번째가 일주일이다. 왜 일주일일까. 초반, 그저 학생들의 이야기인가 싶었던 것이 우리 사회의 문제로 이어졌다. 도우와 민주, 나. 오디오북으로 들어서 몇쪽인지는 알 수 없으나.. 민주가 아이큐부터 시작해서 공평하지 않은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한 부분이 생각났다. 많은 생각이 났지만.. 일기장에 적어야겠다.. 일한 만큼 돈을 벌고 싶다는 건 큰 욕심일까. 빚을 지면서 대학에 다니고 싶지는 않았다. 나와 누구를 비교하고 싶지도 않았다. 박탈감이나 괘씸함, 억울한 감정을 품고 세상이 좋아졌다는 말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그저 좋은 세상에서 살고 싶었다. 돈버는 일이 힘들다고 말할 수는 있어. 사람이 일을 하다보면 그렇게 죽을 수도 있다고 말..

내 책장 2023.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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