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책장

나는, 휴먼

예쁜꽃이피었으면 2023. 11. 22. 14:12

P20
그러나 나는 사실 내가 어떤 사람이 될 거라고 단정하는 남들의 말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을 뿐이다. 그리고 나에게는 그 말들을 기꺼이 뒤엎을 의지가 있었다.

P26
그리고 나비였던 나는 애벌레가 되었다.

P63
그 남자가 대답하기를 기다리는 동안 가슴이 두근거렸다. 제발, 제발, 제발 경사로가 있게 해주세요. 이렇게 많은 인파 앞에서 무대로 들려 올라가고 싶지 않아요

P88
하지만 이때는 처음으로 나의 권리를 위해 스스로 일어나 무언가를 해야겠다고 결심한 순간이기도 했다. … 장애를 가진 교사가 수천 명 있다면 실력 없는 교사 한 명이 눈에 띌 일은 없다. 그러나 내가 장애를 가진 유일한 교사로서 실패한다면 사람들은 장애인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갖게 될까? 생각만으로도 속이 울렁거렸다.

P124
신용카드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하기에 상원 신분증을 건넸다. 내 상원 신분증을 보자마자 그들은 동작을 멈췄다. … "이번에는 그냥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될 줄 알고 있었다. 그때 나는 공항에 있었고, 그들 때문에 마지막 비행기를 놓쳤다. 그들은 너무 겁에 질린 나머지 나를 체포조차 하지 못했다.

P166
우리를 가로막고 있는 장벽이 개인의 문제라는 생각이 오랫동안 내면화되어 바꾸기가 어려웠다. '나는 걸을 수 없으니 계단을 오를 수 없다'라고 생각하는 습관에서 벗어나야 했다.

P167
그때 한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우리는 비밀 병기를 가지고 있었다. 수어였다. 우리는 모든 발표 자료와 메시지를 청각장애인 시위자들에게 주고, 그들을 우리의 지지자들이 철야 농성을 하고 있는 광장이 내다보이는 창가로 데려갔다. 바깥의 청각장애인 시위자들과 수어 통역사들이 관심을 보이자, 그들은 창문을 통해 수어로 우리의 메시지를 전했다. 바깥의 청각장애인 시위자들과 수어 통역사들이 그 메시지를 받아 다시 전해야 할 사람들에게 전했다.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두 번째 비밀 병기는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왔다. 바로 보건 교육복지부였다. 일찍부터 우리는 보건교육복지부 직원과 보안요원에게 최대한 존중하는 태도와 친밀감을 보이기로 하고 그렇게 해왔다. 이런 우호적인 정책이 서서히 효과를 내기 시작했다. 우리의 행동, 우리가 하는 주장의 정당함이 보건교육복지부 직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었다. 그날 100명의 직원이 우리를 지지하는 탄원서에 서명해 칼라파노에게 보냈다.

P187
우리는 행동해야 했다.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

P209
누군가 당신을 무시한다면, 그것은 힘을 과시하기 위한 의도적인 행동이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당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듯이 행동한다. 그렇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도 자신에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라 믿기 때문이다. 무시는 사람들을 침묵하게 한다. 의도적으로 해결이나 타협을 피하는 방식이다. 계속해서 무시당하다 보면 스스로를 무시당해 마땅하다고 여기게 되기 때문에 자신이 이세상에 무가치한 존재일지 모른다는 최악의 두려움을 키우게 된다. 그러다 보면 필연적으로 소란을 피울것인가, 아니면 그냥 침묵을 받아들일 것인가 사이에서 선택을 하도록 내몰린다. 당신을 무시하는 그 사람 앞에 서서 그를 마주하게 된다면, 당신은 예의 바른 행동의 규범을 깨뜨리게 될 것이다. 더 불쾌하고 어딘가 위축되고 품위가 손상되었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느낀 점]

- 편견에 맞서는 것은 대단한 결심이 있지 않으면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타인이 가지고 있는 생각을 약간 트는 것도,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갖는 것도 어느 하나 쉬운 게 없다. 그런 점에서 나는 휴먼을 비롯하여 504조를 위해 함께한 여러 사람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농성 중 갇혀있는 상태에서 수화를 통해 의견을 밖으로 전달했을 때는 어떻게 이런 천재적인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나는 인간관계에서 확실하게 끊어낼 결심 전까지는 최선을 다해 친절하게 대해야 한다는 것을 체험을 통해 배우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들이 타인에게 보여준 우호적인 행동이 좋은 신호로 돌아왔을 때 나는 왜 이걸 이제서야 깨닫게 되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 넷플릭스에서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에도 나는 자막을 켜고 본다. 나를 위한 기능이 아니지만 내가 더 편리해졌다. 이런 작은 것부터 시작하여 지금보다는 장애가 있는 사람이 혼자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 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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