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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예쁜꽃이피었으면 2024. 10. 28. 11:54

P15
수십만의 사람들이 좁은 땅덩어리에 모여 자기들이 발 딛고 북적거리던 땅을 망가뜨리려 갖은 애를 써도, 아무것도 자라지 못하게 돌로 땅을 메우고 풀들의 싹을 깨끗이 없애고 석탄과 석유로 연기를 뿜어내고 나무를 베고 동물과 새를 전부 몰아내도, 도시의 봄 역시 봄이 었다.

 

P110
그리고 이 모든 무시무시한 변화가 그에게 일어난 것은 단지 그가 더 이상 자신을 믿지 않고 타인을 믿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가 자신을 더 이상 믿지 않고 타인을 믿게 된 것은 자신을 믿으면서 살기가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믿는 다는 것은 가벼운 즐거움을 추구하는 동물적인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거의 언제나 그것에 거스르며 온갖 물음을 해결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타인을 믿는 다은 것은 아무것도 결정할 필요가 없으며 이미 모든 것이 결정되었으되, 그 결정이 언제나 정신적인 나를 거스르고 동물적인 나를 위해 이루어진다는 의미였다. 그뿐 아니라 자신을 믿으면 언제나 사람들로부터 비난을 받았고, 타인을 믿으면 주위의 칭찬을 들었다.

 

P112
처음에는 네흘류도프도 마저 싸웠지만 싸움은 너무 힘들었다. 스스로를 믿었을 때 그가 좋다고 생각하던 모든 것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나쁜 것으로 여겨졌고, 또 반대로 스스로를 믿었을 때 그가 나쁘다고 생각한 모든 것이 주위 모든 사람들에게 좋은 것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네흘류도프는 굴복했으며 더 이상 자신을 믿지 않고 타인을 믿게 됐다. 그리고 초기에는 자신을 이처럼 포기하는 것이 불쾌하기도 했지만 이 불쾌한 느낌은 그다지 오래가지 않았다. 이 무렵 담배와 술을 시작한 네흘류도프는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런 불쾌한 감정을 더 이상 느끼지 않았으며 심지어 큰 안도감마저 맛보았다.

 

P223
그는 계속 스스로를 폭로했다.
...
난 그들을 속일 수 있지만 스스로를 속이지는 않겠어.
...
그러다가 문득 자신이 최근 들어 사람들에게 느낀 혐오가 다름 아닌 스스로엑 대한 혐오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놀라운 것은 자신의 비열함을 인정하는 그 감정 속에 병적이면서도 기쁨과 위안을 주는 무언가가 있다는 점이었다.

 

P224
네흘류도프의 삶에는 그 스스로 '영혼의 청소'라고 부르는 것이 이미 여러 차례 일어났다.
그런 식으로 각성한 후에는 언제나 자신을 위한 원칙을 세워 그것을 평생 따르려고 했다. 일기를 썼고, 두 번 다시 바꾸고 싶지 않은 새로운 생활을 시작했다. 즉 그가 스스로에게 다짐한 표현대로라면 새로운 페이지를 넘긴 것이다. 그러나 매번 세상의 유혹이 그를 붙잡았고, 그는 자신도 깨닫지 못하는 사리에 다시 타락해 종종 예전보다 더 심한 나락으로 떨어졌다.
...
자기 양심이 요구하는 것과 자기 생활 사이의 부조화를 이렇듯 심하게 겪은 적이 없었다. 그 간극을 보자 몹시 두려워졌다.

 

P323     
운명으로든 자신의 죄나 실수로든 어떤 상황에 놓인 사람들은 설사 바르지 못한 것이라도 해도 자기 처지가 스스로에게 선하고 정당해 보이도록 인생관을 만들어낸다.
...
그런데 과연 자신의 부, 즉 약탈을 자랑하는 부자들과 자신의 승리, 즉 살인을 자랑하는 사령관들과 자신의 위력, 즉 강압을 자랑하는 군주들 사이에서는 똑같은 현상이 일어나지 않을까? 이런 사람들이 자기 처지를 정당화하기 위해 삶이며 선악에 대한 개념을 왜곡하는 것을 우리가 보지 못한다면 단지 그런 왜곡된 개념을 가진 사람들의 범주가 더 크고, 우리 역시 그 범주에 속하기 때문이다.

 

P324     
그리고 삶 속에서 자신의 의미를 잃지 않기 위해 그녀는 본능적으로 삶을 그녀와 똑같이 바라보는 사람들의 범주에 매달렸다. 그런데 네흘류도프가 그녀를 다른 세계로 끌어내려는 것을 직감하자 그에게 저항했다. 그가 끌어들이려는 세계에서는 자신에게 확인과 자존감을 부여한 삶의 자리를 틀림없이 잃게 되리라고 예감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녀에게 현재의 네흘류도프는 한때 순수하게 사랑했던 남자가 아니라 이용해도 되고 이용해야만 하는, 다른 모든 남자들과 맺었던 것과 똑같은 관계만 나눌 수 있는 부유한 신사일 뿐이었다

 

P408     
가장 널리 퍼진 흔한 미신들 가운데 하나는 사람이 저마다 자기만의 일정한 기질을 지녀서 착한 사람, 나쁜 사람, 똑똑한 사람, 어리석은 사람, 열정적인 사람, 무심한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인간은 그런 존재가 아니다. 우리는 어떤 사람에 대해 악하기보다 선할 때가 더 많고, 어리석기보다 총명할 때가 더 많고, 무심하기 보다 열정적일 때가 더 많다고 말할 수 있으며 또 그 반대로 가능하다. 하지만 우리가 한 사람에 대해 착하다거나 총명하다고, 또 다른 사람에 대해 악하다거나 어리석다고 말한다면 사실이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언제나 사람들을 그런 식으로 분류한다. 그리고 그것은 옳지 않다.
인간은 강과 같다. 어디에 있든 물은 똑같고 변함없다. 그러나 어느 강이나 좁고 빨라졌다가 다시 넓어지기도 한다. 잔잔해지고, 깨끗해지지고, 차가워지고, 탁해지고, 따뜻해진다. 인간도 그렇다.
어떤 사람은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모든 성질의 싹을 자기 안에 품고 있다가 때로는 이런 성질을, 때로는 저런 성질을 발현하며, 여전히 같은 사람이면서 종종 본래 모습과 완전히 달라지기도 한다.

 

P457     
민중이 사멸하려고 해. 그들은 자신들이 사멸해 가는 과정에 익숙해져 버렸어. 그들 안에서 사멸 과정 특유의 생활 방식이 형성됐지. 아이들의 높은 사망률과 여자들의 과중한 노동, 모든 이들 특히 노인들의 불충분한 식사. 그리고 민중은 이런 처지에 아주 서서히 빠져들면서 스스로도 그 비참함을 온전히 보지 못하고 불평조차 하지 않아. 그 때문에 우리도 이런 상황이 자연스럽고 마땅히 그래야 하는 것으로 생각해.
지금 그는 대낮처럼 분명히 깨닫게 됐다.

 

P458     
사람들은 학회, 정부기관, 신문에서 민중이 가난한 이유와 그들의 처지를 향상시킬 확실한 단 한가지 방법, 즉 그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토지를 빼앗는 행위를 중단하는 것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아.

 

[느낀 점]
마슬로바에게 잘못을 저지른 이후 아무 일 없는 듯이 살던 네흘류도프가 우연히 마슬로바를 법정에서 만난 후 갑자기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며 좋은 사람이 되고자 한다. , 마슬로바와 결혼을 하고자 한다.
과연 일방적인 사과가 용서받을 수 있을 일인가? 상대방의 동의도 받지 않고 사과의 의미로 결혼하겠다고 통보한다면 그건 이전의 잘못을 사죄받을 수 있을까?
또 네흘류도프는 자신이 가진 것은 사람들에게 나눠주며 새로운 이상을 실천하려고 하는데 정작 땅을 받는 사람들은 그 고마움을 모르고 있다.
나는 네흘류도프가 땅을 나눠주고, 마슬로바를 결혼을 통해 윤락에서 빠져나오게 해주려는 모습과 억울하게 감옥에 있는 사람들을 돕는 모습을 보면서도 이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생각해보면 그 시대에 자신이 가진 것을 내려놓는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고, 자신이 살아온 환경과 전혀 다른 길을 가는 것인데 무엇이 그를 삐딱한 시선으로만 보게 되었을까.
어쩌면 네흘류도프에게서 내 모습을 본 것 같기도 하다. 일방적으로 마음을 주는 내 모습이 보여서 더 싫었던 것도 같다.
, 종교적인 이야기이지만 잘못을 저지르고 기도로 용서받았다는 생각이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데.. 그런 모습이 보여서 이해를 하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책에 나온 문구 중에 공감이 가는 부분이다.
"
인간은 강과 같다. 어디에 있든 물은 똑같고 변함없다. 그러나 어느 강이나 좁고 빨라졌다가 다시 넓어지기도 한다. 잔잔해지고, 깨끗해지고, 차가워지고, 탁해지고, 따뜻해진다. 인간도 그렇다.
어떤 사람은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모든 성질의 싹을 자기 안에 품고 있다가 때로는 이런 성질을, 때로는 저런 성질을 발현하며, 여전히 같은 사람이면서 종종 본래 모습과 완전히 달라지기도 한다"
내 안에도 여러 모습이 있다. 그중에 더 나은 모습을 자주 보일 수 있도록 살아가 보려고 한다.  
처음에는 두께에 놀라고 너무 많은 인물과 어려운 이름에 시작하기 어려웠는데, 생각외로 책장이 잘 넘어가는 책이었고 생각할 거리도 많았다. 이래서 고전을 읽어야 하는구나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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