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책장 37

단 한 사람

P57 신금화가 어딘가에 존재한다고 굳게 믿었다. 이것은 그 믿음에 관한 이야기다 P101 목화의 유년기에는 이미 금화의 실종이라는 충격이 있었다. 그것은 목화의 인생에 옹이를 남겼다. 중개를 시작하고 사람들의 죽음을 지켜보면서 옹이는 거듭 늘었다. 자잘한 상처를 계속 받아서 서서히 약해지는 것 같았다. 짓무르고 썩어 줄기가 텅 비어가는 것만 같았다. 언젠가는 얕은 바람에도 꺾이고 쓰러질 것만 같았다. 금화를 데려간 나무처럼. 목수의 목숨을 뺏으려고 했던 그 나무처럼. P103 기온과 습도에 따라 눈의 결정은 결정된다. 똑같은 결정은 없다. 각각 다른 눈송이는 결국 녹아 사라진다. 무미건조한 사실에 불과한데도 생각할수록 감정이 섞였다. 왜 모두 다를까. 다른 삶을 살다가 결국 죽을까. 생명은 어째서 태어..

내 책장 2024.02.20

작별하지 않는다.

P44 특별한 미인이 아니지만 이상하게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녀가 그랬다. 총기 있는 눈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보다는 성격 때문일 거라고 나는 생각해왔다. 어떤 말도 허투루 뱉지 않는, 잠시라도 무기력과 혼란에 빠져 삶을 낭비하지 않을 것 같은 태도 때문일 거라고. 인선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혼동과 희미한 것, 불분명한 것들의 영역이 줄어드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다. 우리의 모든 행위들은 목적을 가진다고, 애써 노력하는 모든 일들이 낱낱이 실패한다 해도 의미만은 남을 거라고 믿게 하는 침착한 힘이 그녀의 말씨와 몸짓에 배어있었다. 피투성이 손에 헐렁한 환자복을 걸치고 팔뚝에 주렁주렁 주삿줄을 매달고 있는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약하거나 무너진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

내 책장 2024.01.29

상실의 시대

너무나 유명한 책이지만 하루키의 소설은 손을 대는 것이 쉽지 않다. 도서관에서 상실의 시대를 발견했고, 한 번은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빌려왔다. P179 그와 함께 있으면 비로소 내 인생이 되돌아온 느낌이 들었지. 둘이 함께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싫은 일도 다 잊을 수 있었ㄷ. 피아니스트는 못 되었어도, 정신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다 해도 그것으로 인생이 끝나는 게 아니다, 인생에는 내가 모르는 좋은 일이 아직도 가득 채워져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그런 생각을 들게 해준 것만으로도 나는 마음속으로부터 그에게 감사했어.

내 책장 2023.12.13

나는, 휴먼

P20 그러나 나는 사실 내가 어떤 사람이 될 거라고 단정하는 남들의 말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을 뿐이다. 그리고 나에게는 그 말들을 기꺼이 뒤엎을 의지가 있었다. P26 그리고 나비였던 나는 애벌레가 되었다. P63 그 남자가 대답하기를 기다리는 동안 가슴이 두근거렸다. 제발, 제발, 제발 경사로가 있게 해주세요. 이렇게 많은 인파 앞에서 무대로 들려 올라가고 싶지 않아요 P88 하지만 이때는 처음으로 나의 권리를 위해 스스로 일어나 무언가를 해야겠다고 결심한 순간이기도 했다. … 장애를 가진 교사가 수천 명 있다면 실력 없는 교사 한 명이 눈에 띌 일은 없다. 그러나 내가 장애를 가진 유일한 교사로서 실패한다면 사람들은 장애인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갖게 될까? 생각만으로도 속이 울렁거렸다. P124 신..

내 책장 2023.11.22

인플레이션에서 살아남기

P185 미국 대형주에 장기 투자하는 주식 전업 투자자가 되겠다고요. 실제로 홍길동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더 큰 문제 입니다…부동산 가격이 부쩍 오르고, 연금 계좌에 넣어둔 주식의 가격이 크게 상승해서 볼 때마다 흐뭇하다면 굳이 낮은 임금을 받으면서 직장 생활을 하고 싶을까요?…노동력 부족 현상은 더욱더 심화되겠죠. 사람 구하기가 어려워지는 만큼 임금은 빠른 속도로 상승할 겁니다. 그러나 임금 상승률이 높더라도 자산 가격의 상승률이 훨씬 더 빠르고 크다면 사람들은 좀처럼 일자리로 복귀하지 않으려 하겠죠. -> 약간 다른 이야기지만 한창 부동산 가격이 오를 때 내 유튜브 피드에 부동산으로 돈을 벌어서 경제적 자유를 얻었다는 영상이 한참 뜬 적이 있다. 또 돈을 모으려면 미국 대형주를 적금..

내 책장 2023.09.20

당신은 생각보다 강하다

[1장]스스로를 괴롭히는 생각의 꼬리를 끊는 법 - 자신에게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 타인의 관점으로 세상을 보는 눈이 없다. 자신에게만 몰입이 되어 있으면 나와 타인과 세상을 같은 선상에서 동일한 비중으로 놓고 바라보지 못해서 세상을 바라보는 분별력이 떨어지게 된다. 과도한 자기 몰입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지금, 여기에 집중해야 한다. 나의 주의를 잡아채는 불행한 과거와 미래에 대한 걱정을 의도적으로 현재로 가지고 와야 한다. - 인간은 생각, 마음, 행동이 일치할 때 마음이 편하다. 생각과 마음을 수정하려고만 애쓰는 사람은 행복해질 수 없다. 필요한 건 적극적으로 상황을 해결하는 것이다. 내 인생을 주도하려면 용감해져야 한다. 행동하고 나아가야만 현실이 바뀌고, 미래가 바뀐다. - 트라우마가 주는 '..

내 책장 2023.07.21

일주일-일요일

구의 증명을 읽고 최진영 작가의 다른 글들을 읽어보고 있다. 그 첫번째가 일주일이다. 왜 일주일일까. 초반, 그저 학생들의 이야기인가 싶었던 것이 우리 사회의 문제로 이어졌다. 도우와 민주, 나. 오디오북으로 들어서 몇쪽인지는 알 수 없으나.. 민주가 아이큐부터 시작해서 공평하지 않은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한 부분이 생각났다. 많은 생각이 났지만.. 일기장에 적어야겠다.. 일한 만큼 돈을 벌고 싶다는 건 큰 욕심일까. 빚을 지면서 대학에 다니고 싶지는 않았다. 나와 누구를 비교하고 싶지도 않았다. 박탈감이나 괘씸함, 억울한 감정을 품고 세상이 좋아졌다는 말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그저 좋은 세상에서 살고 싶었다. 돈버는 일이 힘들다고 말할 수는 있어. 사람이 일을 하다보면 그렇게 죽을 수도 있다고 말..

내 책장 2023.04.21

믿는 인간에 대하여

P10 오늘의 아픔과 절망을 바꿀 수 있는 내일이 있다면 인간은 그 아픔과 고통이 아무리 크더라도 그것을 견디고 넘어설 수 있는 힘을 얻게 됩니다. 마치 기록적 폭염을 맞고 있다고 해도 곧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과 함께 청명한 가을이 온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혹독하게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고 해도 봄은 어김없이 온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우리가 그 시간을 버티고 견딜 수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 인간은 희망이 있기에 살아갈 수 있는 것이라고 이해되었다. 나는 종교가 없고, 종교를 이해하지도 못하지만 누군가는 종교에서 희망을 얻는 것일까? 01. 생각의 어른을 찾다 P26 를 보며, 나 역시도 다른 사람들처럼 나에게도 저런 어른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그것은 바란다고 되는 것이 아니..

내 책장 2023.04.13

순례주택

p53 수림아 어떤 사람이 어른인지 아니? 자기 힘으로 살아보려고 애쓰는 사람이야. 주변에 있는 좋은 어른들은 자기 힘으로 살려고 애쓴다. 다른 사람을 도우면서. p155 둘째 고모처럼 조의금을 많이 내는 어른이 되면 좋겠어. 돌려받을 거 생각하지 말고, 많이 해 돈을 잘 버는 어른이 되고 싶어졌다. 외상값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 조의금을 많이 내기 위해서

내 책장 2023.03.09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

P40 그는 평생 귀찮음과 싸워왔다. 망연하게 창문 너머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면, 학생들은 그가 무슨 심오한 학술적 사색에 잠겨 있는 줄 안다. 그렇지 않다. 귀찮음과 싸우고 있을 뿐이다. 귀찮음과의 한판 승부, 그건 심신이 미약한 삶이 치르는 세계대전 같은 것은 아닐까. 오늘도 귀찮음은 천하를 통일하겠다는 기세로 존재의 구석구석ㅇ에서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주변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기 귀찮은 나머지 그는 오랫동안 단련해온 의지력이라는 군대를 파병한다. 잘 싸워다오. 그래서 오늘 하루도 내가 사람 꼴을 하고 살게 해다오. P43 조선 후기의 문장가 연암 박지원은 명론이라는 에세이에서 말했다. "무릇 천하의 재앙 중에서 담백하게 욕심이 없는 상태보다 더 참담한 것은 없다" 박지원이 보기에 전쟁, 지진, 홍..

내 책장 2023.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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