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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 만든 공간

예쁜꽃이피었으면 2022. 8. 31. 14:15

P 55
농업 문명이 같은 위도상의 동서 방향으로는 빠르게 전파되고, 남북 방향으로는 느리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남북 방향으로 이동하면 위도가 달라지면서 기후가 바뀌게 되고, 기후가 바뀌면 어렵게 발견한 농사 가능한 종자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 동서 방향 이동은 같은 위도상으로 같은 기후대상에서의 이동이기 때문에 옆에서 농사가 가능했던 종자를 그대로 쓸 수 있기에 농업 전파의 속도가 빠르다

P 61-64
동서양 두 문화가 다른 특징을 갖게 된 이유는 두 지역의 강수량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밀과 벼는 재배 방식에 차이가 있으며, 이 재배 방식의 차이가 가치관의 차이를 가져온다. 일반적으로 벼농사 지역은 집단의식이 강하고, 밀농사 지역은 개인주의가 강하다.
벼농사에서는 농사에 가장 중요한 물을 함께 힘을 합쳐서 공동으로 사용해야만 한다. 시기를 놏히면 농사가 어려운 품종이기 때문에 노동의 형태도 집단적으로 집중해서 심고 태풍이 오기 전에 집중적으로 추수하는 형식을 띈다.
밀농사 지을 떄는 땅 위를 혼자 걸어다니면서 씨를 뿌린다. 집단으로 모여서 일하는 경우가 적다. 유럽 여행을 가면 자연속에 오두막이 띄엄띄엄 있는 평온한 시골 풍경을 볼 수 있는 반면, 동양의 시골은 집들이 옹기종이 모여 있는 모습이다. 농사 방식은 마을의 풍경도 다르게 만들었다. 노동 방식이 문명의 성격을 결정지은 것이다.

P 66
기차, 버스, 철길 중 같은 종류끼리 묶어라
밀 농사를 짓는 지역 출신의 학생은 기차와 버스를 하나로 묶은 반면, 벼농사를 짓는 학생은 기차와 철길을 하나로 묶는 비율이 높게 나왔다.
벼농사는 관계에 집중하고 밀 농사는 개체가 가진 성질의 공통점에 집중.

P 72
주출돌은 권력의 위계를 구분하기 위한 조선 시대 법규인 것이다. 기단은 재력을 나타내는 척도다.

P 74
밀 농사 지역은 벽 중심의 공간이 만들어진다. 서양의 건축 공간은 내부와 외부가 벽으로 확연히 나뉘는 공간적인 성격을 가지게 되었다. 안에서 밖을 볼 일이 없으니 건축 디자인을 할 때에도 밖에서 건물을 바라보는 시점에 더 중점을 두고 디자인하게 된다. 이것이 서양 건축의 입면 디자인이 화려하게 된 이유다. 창문의 비율도 중요하고, 각종 조각으로 건축의 입면을 꾸몄다. 실내에 들어가서도 바라볼 경치가 없기 때문에 그림과 조각으로 실내를 과도하게 꾸몄다.
동양의 건축물을 보면 건물의 입면을 차지하는 대부분의 요소가 지붕이다. 동양은 서양에 대해서 비가 많이 내리는 지역이기 때문에 방수를 하는 지붕이 가장 중요한 건축요소다.

P 76
우리나라의 경우 난방 시스템이 무거운 돌로 만든 온돌이어서 2층짜리 집이 없었다. 동양은 나무 기둥을 이용해서 건축되었는데, 기둥 구조를 지붕을 받치기 위한 벽이 필요없다. 그러다 보니 기둥과 기둥사이에는 뻥 뚫린 개방감을 갖기 쉽다. 동양 건출에서는 이렇게 내외부의 경계가 모호한 공간감이 발달하게 되었다.

P 76
풍수지리 : 주변이 보이기 때문에 건축에서 주변 상황 및 요소와의 관계가 중요하다. 건물의 뒤에는 산이 있어야 하고 남쪽을 향해서 창이 열려야 하며, 남쪽으로 물이 흐르면 좋다. 뒤에 산이 있고 앞으로 강이 흘러야 대지가 자연스럽게 앞으로 기울어지게 되고, 그래야만 비가 와도 배수가 잘 돼서 땅의 침하가 적고, 습기가 적어서 나무로 만든 건축물이 오래 유지될 수 있다. 남쪽으로 기울어진 땅이어야지 단위 면접당 더 많은 햇볕을 받게 되고, 비가 온 후에도 땅과 건물이 잘 말라서 건출물이 더 잘 유지될 수 있다.

P78
우리 선조들은 안에서 밖을 바라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에 처마에 예쁘게 색칠한 단청을 만든 것이다. 창문 밖으로 경치를 보았을 때 시야에서 윗부분을 프레임하는 것이 서까래와 처마다. 처마 부분은 외부 자연 경관을 담은 액자의 프레임이니, 장식이 들어간다면 이 부분에 했어야 했던 것이다. 재미난 것은 단청을 구성하는 색깔이다. 우리나라는 특이하게 대부분이 녹색 계통이고 강하게 보색이 되는 자줏빛을 사용한다. 이 색깔은 일본이나 중국과는 다르다. 그 이유는 자연을 더 확장돼 보이기 하려는 의도로 추측된다. 여름철에 처마에서 서서 주변을 바라보면 자줏빛은 나뭇가지처럼 보이고, 녹색은 나뭇잎으로 보여서 주변 풍경이 연속되어 건축물의 일부가 된 것 같은 착각에 들게 된다.

P 78
처음에 서양인의 시점으로 건물을 밖에서 바라보면 단청의 채도가 너무 눈에 띄게 높아서 거슬린다. 그러나 안에서 밖을 바라보게 되면 이해가 된다. 어두운 실내에서 밖을 보면 자연은 밝고 처마 부분은 그림자가 져서 어둡게 된다. 이때 녹색과 자줏빛을 채도가 낮은 차분한 통으로 칠하면 그림자 진 상태에서 칙칙해보이고 자연과 건축의 경계가 명확해진다. 하지만 우리나라 단청 색깔처럼 채도가 높은 밝고 선명한 톤으로 칠하면 단청이 그림자에 들어가 있어도 밝은 바깥 경치와 연결돼 보인다.

P 154 ~155
나일강은 남북으로 강이 흐르고 황하강은 동서로 흐른다.
이집트의 나일강 같이 남북으로 흐르는 베트남 메콩강의 경우에는 왜 이집트 문명 같은 형이상학에 집착하는 문명이 만들어지지 않았을 까. 이유는 메콩강은 남북으로 흘러도 상류나 하류나 둘다 같은 열대 기후대이기 때문이다. 메콩강은 나일강처럼 모두 비가 내린다.

P 194~198
그러한 시간성뿐 아니라 서양 조각에는 이전까지는 없었던 관계성을 주제로 한 첫번째 작품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모빌이라는 조각에서는 여러 개의 요소 간 관계가 가장 중요한 정보가 된다. 그리고 각각 매달려있는 요소들 간에는 빈 공간이 차지하고 있다. 동양 문화의 특징인 비움과 관계가 콜더의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것이다. 파울클레는 회를 통해 동양 건출에서 보이는 모호한 경계의 공간감은 보여준다. 그의 작품 두 개의 길 속에는 명확한 경계가 없고 모든 경계가 중첩되고 모호하게 처리되어 있다. 이 그림에서 보이는 모한 경계를 가지는 공간적 성격은 기존에 벽으로 명확한 경계를 가졌던 서양 건축의 공간적 특징과는 사뭇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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