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12-P13 멀리서 젊은 여성 셋이 비를 맞으며 뛰어오고 있었다. 옷이 흠뻑 젖었지만, 희희낙락한 표정을 깔깔 웃음은 터뜨렸다. 한 명은 아예 신발을 벗어 들고 춤을 추듯 깡총깡총 뛰어올랐다. …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생각해보았다. 만일 혼자 걷다가 비를 맞았다면 저렇게 할 수 있을까. 마음이 통하는 친구들과 함께 있기에 어린 아이처럼 빗방울과 놀이를 할 수 있는 것 아닐까. 온몸이 젖어서 짜증 날 수 있는 경험을 일종의 축제처럼 승화시키는 힘은 서로를 든든하게 지켜주는 관계에서 생겨나는 것이리라. 삶의 토대가 점점 위대로워지는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것 가운데 하나는 안전 기지다. 사랑과 자유가 공존하고 너와 내가 상생하는 우정의 마당이다. P36 인간에게 얼굴은 단순히 신체의 일부가 아니다. 정체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