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책장

대면 비대면 외면

예쁜꽃이피었으면 2022. 11. 11. 10:33

P12-P13
멀리서 젊은 여성 셋이 비를 맞으며 뛰어오고 있었다. 옷이 흠뻑 젖었지만, 희희낙락한 표정을 깔깔 웃음은 터뜨렸다. 한 명은 아예 신발을 벗어 들고 춤을 추듯 깡총깡총 뛰어올랐다.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생각해보았다. 만일 혼자 걷다가 비를 맞았다면 저렇게 할 수 있을까. 마음이 통하는 친구들과 함께 있기에 어린 아이처럼 빗방울과 놀이를 할 수 있는 것 아닐까. 온몸이 젖어서 짜증 날 수 있는 경험을 일종의 축제처럼 승화시키는 힘은 서로를 든든하게 지켜주는 관계에서 생겨나는 것이리라. 삶의 토대가 점점 위대로워지는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것 가운데 하나는 안전 기지다. 사랑과 자유가 공존하고 너와 내가 상생하는 우정의 마당이다.

P36
인간에게 얼굴은 단순히 신체의 일부가 아니다. 정체성의 그릇이고 인격이 드러나는 통로다.

P40
얼굴은 무엇인가? 그 어원을 살펴보면 얼의 꼴 이라는 설이 있고, 얼이 들어오고 나가는 굴 즉 영혼의 통로라는 풀이도 있다. 어느 경우든 혼이 담긴 곳이라는 뜻을 품고 있다.

P117
새로운 매체가 등장하면서 삶은 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세대에 따라 감수성 또한 많이 달라지고 있음에도, 연결에 대한 열망은 변함이 없는 것이다.

P229
타인의 곁에 있으면서도 거리두기가 필요하다. 최악은 곁에 있지 않으면서 아무 때나 내키는 대로 선을 넘어 훅 들어오는 것이다. 상대방에게 애정도 없으면서 함부로 조언을 하고, 쓸데없는 질문으로 기분을 상하게 하며, 제멋대로 평가는 행태다.
인산에 대한 예의는 신중함에서 비롯된다. 서로에게 손을 내밀되 일정한 간격을 유지해야 관계가 지속 가능하다. 사이좋게 지내려면 사이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P267
타인과 깊은 연결을 맺기 위해서는 마음의 중심끼리 이어져야 하고, 정서적 신뢰가 구축되어야 한다. 그것이 가능하려면 우선 자기 중심이 든든하게 세워져 있어야 하며, 스스로를 신뢰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자신과의 고독한 대면이 요구된다.
고독이라는 단어에는 상이한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그 두 글자에 각각 립자를 붙여보자 고립과 독립이 된다. 근대들어 등장한 개인은 독립을 통해 자유를 추구했고, 자기만의 인생을 향유하려 했다. 그런데 그것이 타인과의 관계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흐를 때 고립에 이르고 만다. 거기에서 벗어나 관계를 맺어보려 하지만, 상대방을 통해 자신의 결핌을 채우려는 에고 때문에 비틀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더욱 단절되고 고립된다. 내면의 중심이 분명하게 세워진 사람만이 인간관계에서 자기중심성에 얽매이기 않을 수 있다. 모처럼 주어진 고독의 시간이 고립으로 내몰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독립을 훈련할 수 있다면 타인과의 만남도 한결 충실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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