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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칼럼 | 시대가 정의하는 '개발자'란?
지난 1월 말 디자이너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대상으로 코드 리터러시(Code literacy)를 가르치는 온라인 학습 업체 플러럴사이트(Pluralsight)가 코드 스쿨(Code School)이라는 스타트업을 인수했다. 코드 리터러시는 '코드를 읽고 쓸 줄 아는 능력'이야 말로 새로운 '읽기 및 쓰기 능력'이라고 주장하는 개념이다.
그리고 코드 리터러시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대통령 오바마는 학교마다 프로그램 개발 교육을 늘릴 것을 촉구하고 나섰으며, 뉴욕 소재의 코드 교육 기관인 제너럴 어셈블리(General Assembly)는 조달받은 자금으로 개발자를 양성하고 있다. 이들 개발자가 목표로 하는 종착지는 바로 실리콘 밸리의 IT 업체들이다.
“개발자가 부족하다” vs “개발자는 차고 넘친다”
반면, 실리콘 밸리는 고급 개발자 구인난을 겪고 있다고 불평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해외 출신의 고급 개발자를 미국에서 채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이민법 개혁을 지지하고 있다. 기술 전문가들은 경쟁력 있는 개발자의 희소성은 매우 높으며, 공을 들여가며 대우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와는 다른 주장도 있다. 기술의 발전으로 앱을 개발하고 배포하는 과정이 매우 쉬워졌으며, 컴퓨터 공학을 모르는 평범(저소득층 흑인을 포함)한 사람도 개발자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덕분에 개발자 구인난도 완화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즉 두 가지 주장이 팽배하게 맞서 싸우고 있다. 한쪽에서는 “개발자가 더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누구나 개발자가 될 수 있으며, 개발자는 더 많아질 것이다”고 반박한다. 옳은 쪽은 어디일까? 글쎄다. 좀 복잡한 이야기다.
고급 개발자는 늘 부족하다
실리콘 밸리의 상식에 따르면, 누군가에게 코드를 가르칠 수는 있지만, 그 사람을 개발자로 만들 수는 없다. 온라인에서 기본적인 웹 스크립트 개발 방법을 터득할 수 있다. 초보적인 코딩 기술로 웹사이트를 공격하는 사람들을 낮춰 지칭하는 '스크립트 키디(Script kiddie)'라는 용어도 있다. 또한, 코드 아카데미(Code Academy)에 등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은 개발 경험도 부족할뿐더러, 뛰어난 개발자가 되겠다는 열정은 어딘가 2% 부족하다.
시애틀에 본사를 둔 모바일 서비스 및 앱 개발사인 팔라도(Palador)를 공동 창업한 벤자민 로빈스는 "일정 자격을 갖춘 개발자의 수는 제한되어 있다"고 말한다.
이런 사고는 엘리트 계층 사회에 대한 개념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 능력과 성공이 직결된다는 생각이다. 실리콘 밸리 문화 곳곳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개념이기도 하다. 슬랙(Slack)이나 제네핏(Zenefits) 같이 '우뚝 선' 신생 스타트업 창립자들은 스스로 성공을 일궈냈다. 컨퍼런스나 미팅의 많은 참석자들이 실리콘 밸리에서 돈을 번 사람들을 존경한다. 이들은 성공 비결을 배우기 갈망한다. 지난주 크런치스(Crunchies)에서는 택시 앱인 우버(Uber)가 '올해의 스타트업(Startup of the Year)' 상을 받았다. 2014년 한 해 동안 온갖 스캔들의 온상지였지마는 문제없이 상을 탔다. 이 회사는 400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고,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엘리트주의의 팽배, 다양성의 부족
'최고만이 성공하고, 성공한 사람은 최고다'라는 주장을 수용한다면 여기에 한 가지 질문이 있다. '많은 유수 실리콘 밸리 회사들의 개발자 가운데 백인 남성이 유독 많은 이유는 뭘까?'라는 질문이다. 애플, 트위터, 구글의 2014년 직원 다양성 보고서를 살펴보면, 손쉽게 이에 관한 증거를 찾을 수 있다.
구글의 인력 운영 담당 부사장인 라즐로 블록은 구글 직원의 70%는 남성, 61%는 백인이라는 내용을 담은 블로그 글에서 "간단히 말해, 구글은 다양성에 있어서는 원하는 궤도에 도달하지 못했다. 진실을 외면하고 열린 대화를 할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기란 매우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첫째, 여성과 유색인종 등 소외 계층이 코딩에 능숙하지 않다는 것이다. 둘째, 이들 계층을 계속 밀어내는 '뭔가'가 보편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다양성을 촉진하기 위한 시도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전통적인 방안에는 이니셔티브(initiative, 발안 제도)가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제안하면 미 전국의 교육구가 수용하는 형태의 이니셔티브를 일컫는다. STEM(Science, Technology, Education, Math) 교육에 초점을 맞추면, 앞으로 코딩과 관련된 역량을 갖춘 졸업생들이 배출될 것이다. 그러면 해외 외국 개발자에게 더이상 의존할 필요가 없어진다.
그러나 절반에 불과한 해결책이다. 지금 당장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는 업체와 단체들이 있다. 기술 기업에 흑인과 히스패닉 인종을 취업시키는 활동을 펼치고 있는 코드2040(CODE2040) 등 비영리 단체가 바로 그 예다. 또 기업 차원의 노력도 전개되고 있다. 협업 플랫폼 개발 업체인 랠리 소프트웨어(Rally Software)는 최근 세일즈포스(Salesforce)와 손잡고 '기업의 사회 책임(CSR)'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다양성을 핵심 항목으로 내세웠다. 랠리는 기술 분야의 여성 인재들을 위한 그레이스 호퍼 셀리브레이션(Grace Hopper Celebration) 행사에 참석해 정규직 채용에 목적을 둔 인턴 사원을 채용하고, 비영리 단체에는 기술 제품을 직접 구현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를 무료 공급하고 있다.
랠리 소프트웨어의 CSR 책임자 게리 미첼브라운은 "세상을 바꾸는 데 방해가 될만한 요소들을 없애고 싶다"고 강조했다.
“코딩, 보편적인 기술로 부상할 것”
이는 '모든 회사가 기술 회사'라는 기술 산업의 신조와 연결된다. 다시 말해, 앱 전략, BYOD 계획, 전자상거래, 소셜 미디어 입지 전략 등이 있어야 비즈니스를 운영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실리콘 밸리 스타일의 사례를 하나 언급하자면, 모바일 웹 앱을 운영 중인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시며 글을 쓰는 것이다. 전통적인 기업과 산업이 모두 IT 영역에도 발 뻗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하면 된다.
세일즈포스 트레일헤드(Trailhead), 코니(Kony), 사마린(Xamarin), 앱셀레이터(Appcelerator)와 같은 도구가 중요한 이유는 누구나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기 때문이다. 앱을 개발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는 것이 가장 좋다. 그렇지만 없어도 사실 크게 상관은 없다. 이 도구를 사용하면 진짜 개발자가 개발한 앱만큼 좋은 앱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게 되지 못할 가능성도 있지마는 구현하고자 하는 기능은 제대로 동작한다. 이와 같은 도구가 더 널리 보급될수록 코딩을 터득하는 사람이 늘어나게 될 것이다.
레드햇(Red Hat)의 제품 마케팅 수석 담당자 마이크 피에치는 "오늘날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사람은 '코더'와 '창작자'로 구분할 수 있다"고 말한다.
코드 리터러시에 대한 전망은 아직 불투명하다. 그러나 기술 산업 종사자라면 누구나 강조할 만큼 정말 중요한 개념이다. 현재 피보털 필드(Pivotal Field)의 CTO 조슈아 맥켄티는 사이트월드(CITEworld)와의 인터뷰에서 코딩이 '새로운 이메일'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정 전문가의 전유물에서 벗어나 누구나 활용하는 보편적인 도구가 된다는 의미다.
상품화된 다양성, 엘리트주의와의 대립
그러나 기술 비평지인 모델 뷰 컬처(Model View Culture)의 익명 기고가는 '상품화된 다양성(Diversity for Sale)' 문제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개발자'라는 타이틀은 코딩을 할 수 있다는 능력을 일컫는 개념임을 감안하자면, 코드 교육기관의 가치가 입증되지 않았음을 주장한 것이다. 다시 말해, 코드 교육 기관에 등록해서 교육을 받아도 일자리를 찾을 수 없다는 의미다. 이들 교육 기관에는 제대로 인가를 받은 과정이 없다. 이는 개발자가 될 역량을 갖추고 있음에도 제대로 가르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지 못하게 가로막는 또 다른 장벽이다.
이 익명 기고가는 "기업은 다양성을 존중하고, 최고의 엔지니어를 채용한다고 끊임없이 강조한다. 그러나 최고의 인재를 찾을 때 적용하는 '엘리트 중시적' 방법이 다양성과 상충을 일으킨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여성들은 또 기술 산업에서 커리어를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에서 '외로움'과 '사기 저하'를 경험한다. 어쩌면 부당한 대우나 괴롭힘을 당할 수도 있다. 인텔은 다양성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3억 달러를 투자했다. 여기에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직원들을 육성해 유지하는 계획이 포함돼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또한 비슷한 투자를 쏟고 있다.
“개발자는 충분하다, 저렴한 임금에 부릴 고급 개발자가 부족할 뿐”
인재가 부족하다는 생각은 미국, 특히 수많은 기술 기업이 밀집한 북가주(North California)에서 '베스트 오브 더 베스트(최고 인재)를 찾기 어렵다는 주장에 근거한다. 이는 기업들이 본질적으로 '싼 임금'에 우수한 인력을 해외에서 채용할 수 있도록 이민법을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더 많은 사람들이 코딩 기술을 터득해야 하고, 인재가 중요하다는 주장에는 반박할 근거가 없다. 그러나 기술 산업의 초점을 재고할 때가 아닌가 싶다. '개발자란 무엇인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을 그만두고, 여성과 소수계층이 부족한 이유를 걱정해야 한다. 어쩌면 지금도 인재가 있을 수 있다. 이들이 성과를 일궈내는데 필요한 도구도 충분하다. 다만 기업이 적당한 가격에 부릴 수 있는 인재를 찾느라 이를 간과하고 있을 뿐이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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